
히가시카타 죠스케는 미친듯이 로한의 집으로 뛰어가는 중이었다. 젠장. 맙소사. 어제 저녁으로 먹은 피자가 죄다 위장에서 소화도 안된채 쏟아질 것만 같다. 어제까진 좋았다. 오쿠야스랑 피자를 시켜 먹고. 이제 성인이니 실컷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술을 마시고. 그 때까지는 완벽했다. 그러니까. 이 자리에 데이트를 핑계로 참여하지 않은 절친한 벗 코이치를 상대로 투덜대다가, 종내는 오쿠야스가 자기는 언제 커플이 되보냐며 질질 우는 걸 달래던 그 때 말이다.
한참을 훌쩍이던 오쿠야스가 배배 꼬인 혀로 중얼거렸다. 죠스케는 오늘의 연말 모임 장소가 자기 자취방인걸 다행으로 여겼다. 밖에서 마셨으면 오쿠야스는 길바닥에 피자를 몇 판이나 구웠을 터였다. 처음 술을 마신 날처럼.
"야, 죠스케."
죠스케는 아직도 솔로의 설움을 토해내고 있는 벗을 바라보며 등을 두들겨줬다. 왜 얌마.
"너 아직도 로한 선생님 좋아하냐?"
순간 성대한 기침이 활화산처럼 오쿠야스를 덮쳤다. 야 쬬스케! 더럽잖냐! 오쿠야스가 낄낄대면서 울었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야, 여기서. 그, 그 인간 이름이 왜 나와? 죠스케는 알고 있었다. 죠스케와 오쿠야스를 한 세트로 묶어 '멍청이들'이라고 부르는 그 만화가, 키시베 로한. 그나마 함께 키라 요시카게를 물리치고 난 다음에는 동료랄까, 나름대로 친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전에 길거리에서 인사를 했더니 싸늘하게 노려보고 지나간 그 남자다. 그래도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울컥해서 어깨를 좀 세게 붙잡았더니 하는 소리가 가관이었지.
"내 집 다음엔 나냐? 히가시카타 죠스케? 방화 다음엔 폭력이라니. 고소라도 해줘야 보답이 되겠군."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이렇게 명백하게 잘못한 점을 들고나오면 문자 그대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그 잘난 얼굴로 로한은 비웃었다.
"그럼 뭐지? 설마 이름을 부르면 못 알아듣기라도 할 것 같아서 어깨를 잡아챈 거냐?"
끈질겨.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로한과 말을 섞을 기회가 들었다고 생각하자 먼저 반응하는 건 심장이었다. 슬슬 부정하는 것도 한계였다. 저 망할 만화가 앞에 서면 차오르는 두근거림. 지금도 로한이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이 판국에 그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쫓는 자신의 시선. 가슴에 행복감이 들어차는 이 기묘한 감정을. 결국 그러는 동안 로한은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휙 떠나버렸지만. 대답조차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구는 로한의 행동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제 안 좋아하냐? 로한 선생님."
"... 왜 여기서 그 인간 이름이 나오는건데."
"그거야, 너 고백한다고 설쳤잖냐? 그리고."
말하지마! 듣지 않아도 오쿠야스의 말이 맞다. 성인이 되어서 죠스케는 로한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성대히.
"웃기지도 않군. 장난이라면 다른 데 가서 해라."
까였다. 바로 3일 전이었다.
"그래서 위로주인줄 알았지."
"아니거든."
하지만 그렇게 투닥투닥거리고 있어도 침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그 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오죽하면 유카코와의 연애에 바쁜 코이치를 불러내서 로한의 동태를 떠보려다 유카코한테 탈탈 털렸다. 그러다가. 어쨌더라. 그렇게 죽어라 술을 퍼마시고, 미래의 애인에 대해 낄낄대며 오쿠야스랑 무슨 코스튬인지를 파는 홈페이지에 들락날락했고. 뭔가 주문했다. 아마 로한한테 입힌 상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꿈 속에서.
돌았지. 진짜.
도망간 베개 대신 숙취를 끌어안고 눈을 떴을 때 무의식적으로 움켜잡은 휴대폰 속 문자는 상큼하게 배송 완료를 알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주소는 로한의 집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그 저택을 태워먹은 후 로한의 새 집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하나도! 뒤에서 잠 덜 깬 오쿠야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시가 급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로한, 우편물 같은 거 일일이 확인해보는 성격이었던가? 바로 뜯었던가? 그 인간 여기저기서 선물도 많이 받으니까 상관없지 않나? 기절이라도 시킬까?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배송자명을 안 적었다던지. 어제 일은 도저히 기억 안 나지만. 헐레벌떡 뛰어서 심장이 한 세개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끝에 죠스케는 로한의 얼굴을 마주했다. 현관문을 열어주자마자 제 얼굴을 확인하고 말할 수 없이 띠꺼운 로한의 얼굴 앞에서 용기를 잃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아. 좋은 아침임다."
"오후다만?"
죠스케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쿨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아니, 그게. 제 택배가 어쩌다 로한 집으로 가서요. 그게 급한 건데."
"뭔데?"
"사생활 침해임다! 어쨌든 얼른 돌려주십셔."
그렇게 주워섬기며 죠스케는 금방 로한의 집 현관에서 상자를 찾아냈다. 아무래도 들어있는 게 들어있는 거다보니 보안은 철저하다. 겉보기엔 아무도 그게 뭔지 모를 터였다. 문제는 로한이었지만. 로한은 수상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더니 금방 상자를 찾아내 흔들었다.
"악! 흔들지 마십셔!"
"뭔데? 반짝이 폭탄이라도 들은 거냐? 아주 참신한 발상이군."
그게 뭔데. 뭔진 몰라도 로한이 상자의 내용물을 의심하기 전에 뺏어야 한다. 마음이 급해진 죠스케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꺼내기도 전에,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날카로운 펜촉이 죠스케의 코에 아슬아슬하게 맞닿았다.
"아주 똥마려운 강아지 표정인데. 역시 이 상자에 무언가가 들어있는거지, 히가시카타 죠스케?"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로한이 저 상자를 뜯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죠스케는 달려들었다. 짝사랑, 아니 한 번 차이긴 했지만. 아직도 좋아는 하고 있으니까 좀 용서해주십셔.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발언을 내뱉으면서. 문이 닫히고 몇 번을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모른다. 내놓으십셔! 싫다! 그 난리통에도 상자를 사수해서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한 건 로한이었다. 승리감에 취한 오만한 미소가 내용물을 보고 싸늘한 정색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놀라지도 않았다는 건 좀 쇼크지만.
"뭐야? 이건?"
로한이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옷을 들어올렸다. 그러니까 이벤트용 메이드복이다. 그 어디냐. 아키하바라풍이라고 홈페이지가 소개하고 있던 작달만한 치마에 앞치마를 덧댄 형식의 그런 메이드복. 심지어 가슴팍은 무려 하트 모양으로 파여있다. 잘록한 허리에 달린 리본을 무슨 벌레보는 양 보고 있던 로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새로운 취미?"
아님다! 죠스케는 간신히 비틀비틀 일어서서 손을 머쓱하게 내밀었다.
"...이거. 그러니까, 잘못 시킨 검다. 장난이었으니까 이리 주십셔."
로한의 눈이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을 남기며 반짝였다. 이런 일로 로한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바닥에 머리라도 찧고 싶다. 한 번 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멀끔하게 만나고 싶었던 소망은 이미 열심히 몸싸움을 하느라 엉망인 꼴과 똑같이 너덜너덜해졌다. 아까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리젠트도 풀린 상태고, 세팅 같은 건 생각도 못했다. 거기다 실컷 꼴사나운 모습만 보였으니 있던 정도 떨어지겠다 싶은데 거기에 이런 웃기지도 않은 서프라이즈 이벤트라니. 어제 퍼마신 술병에 머리를 박고 침몰하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한이 빙글댔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너. 내가 이걸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냐?"
그건. 말이 턱 막혔다. 당장이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눈 앞에서 어제 실컷 상상했던 로한이 바로 옆의 의상에 감싸여 미소짓고 있는 게 떠오른다. 긴장된 제 뺨을 장난치듯 쓸어내리는 손이나 스타킹에 감싸인 매끈한 다리 같은 것들.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모르겠다. 그치만 어쩌란 말이야. 한 번 가지를 뻗어가기 시작한 생각은 덩굴처럼 엉켜 또 새 가지를 뻗고 잎을 내는 걸.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심장에 깊이 뿌리내린 이후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 그건."
"거짓말은 용서 안해."
물론 넌 거짓말쟁이지만 말이야. 덧붙이듯 말에 못을 박은 로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에 들면 입어줄 수도 있잖아?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를 휘돈다.
"...진짜임까."
그 속삭임에 넘어가버린 건 역시 아직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게 되면 이런 불합리한 일도 받아들이게 되는구나, 죠스케는 생각했다.
맙소사.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신념 때문인지 같이 딸려있는 스타킹이며 머리장식까지 완벽하게 하고 나온 로한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 보여야 될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메이드였다. 하얗게 드러난 가슴팍과 다리에서 간신히 눈을 뗀 죠스케가 자꾸 말라가는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그, 잘. 어울림다."
"아키하바라 풍이군. 편집자가 이런 캐릭터도 그려보라고 예전에 권한 적이 있었지. 단칼에 거절했지만."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여주었지만 이미 귀며 목은 한증막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달아오른다. 뜨거워지는 살갗을 문지르면 머릿속을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로한이 다가온다. 한참 눈을 마주하던 로한이 빙긋이 웃는게 불길하다고 느낄즈음, 로한이 고개를 숙여 턱을 잡아챘다.
"잠깐. 아직 하고 싶은 거 남았지?"
이렇게 되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 정말이지. 로한은 완전히 승자의 얼굴로 자신을 휘두르고 있다. 겨우 술의 힘을 빌려 눌러둔 마음에서 멋대로 감정이 새어나온다. 무슨 일 생겨도 전 모름다. 협박처럼 뇌까리는 목소리에도 오히려 다리를 꼰 채 혀를 낼름 내미는 로한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지만 평소의 로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점이 오히려 귀여웠지만.
"이런 옷이라면 생각나는 건 몇 개 안되잖아? 진부한 상업지 클리셰니까."
역시 알기 쉬워. 이렇게 단순해서야.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로한의 입술을 향해 돌진한 건 찰나다. 단순한 건 로한이죠. 그렇게 중얼대면서. 각오라도 하듯이 눈을 꾹 감는다. 그러고보니 이럴 때가 있었는데. 그래. 처음 로한과 마주했던 날, 로한의 스탠드에 당하지 않기 위해 한 번 이랬던 적이 있었지. 그땐 정말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지만. 생각보다 입술은 쉽게 열렸다. 예상치 못한 침입이니 깨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레 혀를 헤집자 말캉한 혀가 보란 듯이 응수했다. 눈꺼풀 너머 당신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설마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이 당황할까. 당신이 늘 말하듯 '어른'이니까 당황하지도 않을까.
바스락거리는 레이스만이 손 끝에 잡혔다. 어깨 위에 달린 프릴이다. 생각보다도 더 작은 어깨를 다시 조심스레 고쳐 껴안고 눈을 뜨면 조금 얼굴이 붉어진 것 외에는 전혀 달라진 바 없는 얼굴이 자신을 마주했다.
"...좋아해요."
"포기 안 했어?"
순간 로한의 눈에 스쳐지나간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귀찮다는 것인지, 구질구질해서 기분 나쁘다는 것인지. 이런 속절없이 애같은 점에 질린 것인지. 아니면 셋 다일지도 모르겠다.
"...장난이라고 생각한 거 아니었어요?"
"진심과 거짓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
"... 당신..."
할 말이 없다. 진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장난 취급을 했슴까. 당신. 그러니까 확연한 거절이다. 이건.
"... 비겁함다."
"난 어른이니까."
맥이 풀린다. 어른이었지. 당신은. 이런 변칙으로 무너뜨릴 상대가 아니란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애틋한 시선을 부딪히고, 입술에 담은 순정을 노래하더라도 쉽게 열릴 문이 아니라는 것. 그와중에도 제 스탠드가 로한처럼 마음을 열어젖히는 스탠드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 도리어 자신의 어리숙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갈증이 난다. 꼴사나워.
"그래... 그래서 끝이야?"
담담한 물음이 닿는다. 아까까지만 해도 로한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사그라든지 오래다. 초조함과 섭섭함이 불길처럼 바짝바짝 마음을 말려서 종내는 머리를 태운다.
"...... 거절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죠."
로한이 입매를 굳혔다.
"미련한 발상이야. 더 이상 딸 기회가 남아있지 않는. 그러니까 질 게 뻔한 게임에도 너는 왜 패를 내는 거지."
난 널 싫어한다고 했잖아. 덧붙인 말이 깊숙하게 가슴을 찌른다. 자신의 감정 같은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과 함께.
"멍청한 거 알지만 좋아하는 걸 어쩌겠슴까. 지금... 방금 차였어도 당신이 이런 모습으로 앉아있는 걸 보니까 가슴이 설레서 어쩔 수 없으니까."
항변하면서도 가슴이 괴롭다. 유치하다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로한. 이건 애초에 게임이 아님다. 질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어도 난 테이블에 앉았을 거구요.
"두 번 차였어도 말이지."
그 사실이 조금 심장을 짓누른다. 겨우 고개를 들어 수긍하자 로한의 팔이 뻗어온다.
"아직 하고 싶은 거 남았지."
이번엔 물음이 아니라 확신이다. 더 이상 묻지도 않을 단언. 뺨을 부드럽게 감싸쥔 손목에 달려 있는 프릴 같은 데 눈을 줄 시간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맞닿는 입술이야말로 프릴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했으니까. 자신의 서툰 움직임과는 전혀 다르게 능숙히 움직이는 혀가 살덩이를 감싸고 헤집었다. 혀가 닿는 순간순간마다 달콤한 꿀을 들이붓는 것 같은 감각에 감길 뻔한 눈이 뜨였다. 잠겼다 열린 시선 너머 마주한 로한은 조금 묘한 얼굴로 눈을 마주했다. 이런 표정도 하는 구나. 로한. 자세히 보기도 전에 난폭하게 다시 안을 뒤채는 숨결에 결국엔 숨이 막혀 멋대로 휘둘려버렸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로한이 내뱉었다. 조금 귓가가 붉어진 것 같기도 하단 생각을 하는 순간 저절로 입이 열렸다. 목을 껴안고 로한을 끌어안는다. 사실 하고 싶은 거... 더 있슴다. 당신과 평범하게 사랑하고 싶어요. 몇 번을 차이더라도 포기할 수가 없어. 당신을 사랑해. 바뀌지가 않아. 한 번 터진 말은 멈추지가 않았다. 헐떡이는 숨이 목젖에서 들끓는다. 볼썽사납게 새어나오는 마음까지 죄다 로한의 입 안에 쏟아내고 나서야 죠스케는 입술을 뗐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고 싶은 말을 죄 내뱉으니 도리어 할 말이 없어져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입을 손가락으로 막아버린 건 로한이다.
"다음에도 나랑 키스하고 싶으면... 제대로 연습해. 거짓말 하지 말고."
그러면 이런 복장도 좀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언젠간. 덧붙이며 로한이 심술궂게 웃었다. 그 모습에도 설레버리는 건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죽 눈을 휘며 죠스케가 다가섰다.
"다음에도 입어주겠단 소리죠. 그거?"
하여간 틈만 있으면 파고들어 오는군. 이죽이는 로한의 목소리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역시 착각은 아니다. 저렇게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귀엽다니. 분명히 도망갈 궁리나 하고 있을 게 뻔한데. 뭐, 로한이 그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당장은 상관없다. 어차피 미래엔 입게 될 거니까. 죠스케는 기꺼이 순진한 소년의 얼굴로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장로
MADE BY J

히가시카타 죠스케 X 키시베 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