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한 번의 재채기가 승패를 갈랐다. 컨트롤이 흐트러진 카쿄인의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며 급격히 감속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죠스케의 차가 앞지르기에 성공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1등 트로피를 차지했다. GAME OVER라는 문구가 뜨고 나서야 한숨을 푹 내쉰 죠스케가 그제야 옆에 앉은 카쿄인을 갸우뚱하며 바라보았다.
"카쿄인 씨, 감기 걸리셨슴까?"
"감기랄까, 그냥 몸이 오슬오슬한 거뿐이야. 기다려봐, 담요 갖고 올게... 헷취!"
"것 보십쇼. 감기잖슴까."
헷취, 다시 한번 재채기 하는 것을 보고 죠스케가 안 되겠다는 듯, 카쿄인을 번쩍 안아 올렸다. 건장한 성인 남성인데, 번쩍 안아 들다니... 제 머리카락과 같은 색으로 얼굴이 화르르 불타올랐다. 처음 안기는 것이 아니면서도, 이렇게 죠스케에게 안기는 것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런 카쿄인의 사정을 알든 말든, 죠스케는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카쿄인을 내려두고 두툼한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주었다. 혹여라도 찬바람이 들어갈까, 틈새를 꾹꾹 누른 탓에 영락없이 누에고치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대로 계십쇼. 제가 약이랑 죽이랑 갖고 오겠습니다."
그대로 총총, 방을 나서며 멀어지는 죠스케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카쿄인은 노호, 하고 웃었다. 이런 대접 받는 게 얼마 만인지. 따뜻한 이불 속에 있으니 삽시간에 졸음이 몰려왔다. 감기가 아니어도 이런 따뜻한 이불 속에 있다면 누구라도 금방 잠이 올 거야, 스스로 타협하며 결국은 카쿄인의 눈이 스르르, 감기며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었다.
"카쿄인 씨, 일어나서 약 먹고 주무십셔."
몽롱한 채로 잠이 들어 막 좋은 꿈을 꾸려고 할 무렵, 조심스레 몸이 흔들어지자 감았던 눈을 힘겹게 떴다. 무거운 몸이 강한 팔에 기대어 일으켜지자 녹색의 눈동자에도 어느 정도 초점이 맞았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과 투명한 컵에 담긴 물, 그리고 간장 종지 위에 담긴 감기약이 침대 옆의 작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죽 쑤려면 오래 걸리던데. 얼마만큼 잔 거지? 벽에 달린 시계를 보고 시간 계산을 해보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간단한 산수조차 힘들었다.
"많이 아프신검까? 얼른 죽 먹고, 약 먹고 주무십셔."
"아니, 그렇게 심한 건 아닌걸... 콜록."
"뭐라고 하셨슴까?"
"아니...."
게슴츠레 카쿄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자 입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이 담긴 숟가락이 입 앞까지 다가왔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아~"하며 죠스케가 숟가락을 들이미는 죠스케가 있었다. 다 큰 어른에게 "아~"가 뭐야, "아"가. 툴툴거리면서도 아직은 솜털로 가득한 새끼 새가 어미 새에게 먹을 것을 받아먹듯, 카쿄인도 죠스케의 죽을 받아먹었다.
어린애처럼 묻히면서 먹는 거 아님다. 주는 사람이 잘 줘야지.
투닥투닥거리면서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금세 남김없이 죽을 다 받아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고, 약과 함께 마신 찬물 때문에 잠도 달아나자 뒤늦게 제 입가를 닦아주는 죠스케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카쿄인이 물었다.
"저기 말이야. 왜 그런 메이드복 차림인 거야, 죠스케군?"
"아, 이거 말임까. 앞치마를 찾는데 통 보이지 않아서 옷장을 뒤지다가 찾았슴다. 저야말로 왜 이런 옷이 카쿄인 씨의 옷장에서 나오는지 궁금함다."
"내 방에.... 아... 벼, 별거 아냐!"
흐응? 죠스케의 게슴츠레한 눈을 오늘만 벌써 두 번째 피하고 있다. 제대로 말할 때까지 이렇게 보겠다고 말은 없지만, 집요한 시선이 카쿄인을 향하고 있었다. 똑딱똑딱,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카쿄인의 쪽이었다. 말하기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띄엄띄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게임... 특전... 이었... 어...."
"특전? 뭐, 미연시라도 하시는 검까?"
"읏...."
"미연시는 나쁘지 않슴다. 현실만 구분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요~?"
"당연하지! 에이라 쨩은 현실에 없다는 거 정도는 나도 안! ..... 크흠..."
"........"
"........"
"카쿄인 씨?"
"........"
"에이리 쨩?"
"........."
"그럼, 메이드 복의 에이리 쨩이랑 메이드 복의 죠스케군 중에서 누굴 선택할 검까?"
"왜, 왜 그런 걸 물어..."
"대답하십셔."
"웃...."
카쿄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죠스케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설마 2D의 여자보다 죠스케 군이 못한 검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으나, 마주치지 못하는 죠스케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망임다, 라고 말하려던 찰나, 반 박자 빠르게 카쿄인이 앞서 말했다.
"둘 다 좋아해!"
"하?"
"단, 메이드 복이라는 한정적인 조건에서만!"
"하~?!"
"그야, 에이리 쨩은 메이드 복을 입어서 좋아하는 거고, 죠스케도 지금은 메이드 복을 입은 거잖아? 그러니까 둘 다 좋아해! 비교할 수 없는 거야."
".... 하아..."
그런 쪽으로 대답하는 검까.... 지끈거리는 듯한 이마를 괴고 한숨과 함께 죠스케가 카쿄인의 위로 쓰러졌다. 이런 엉뚱한 남자 같으니라고. 다리를 덮고 있는 이불 위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지만. 당장에라도 열로 인해 들뜬 얼굴에 츄, 입 맞추고 싶지만, 꾹 참으며 죠스케는 다시 누운 카쿄인의 가슴께를 토닥여주었다. 메이드 죠스케 군이 옆에 있어 줄 테니, 다시 주무십셔. 일어나면 굿모닝 츄 해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토닥토닥, 약하지만 일정하게 두드려주자 다시 노곤해진 카쿄인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따뜻하고 상냥한 손길에 마음이 풀리자 몸도 천천히, 소리 없이 치유되기 시작했다. 필시 감기 초반이니,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장화
MADE BY 레크레카

히가시카타 죠스케 X 카쿄인 노리아키